첫날부터 ‘빅딜’ 쏟아진 프리즈·키아프… 서울, 진짜로 미술 수도가 됐다

첫날부터 ‘빅딜’ 쏟아진 프리즈·키아프… 서울, 진짜로 미술 수도가 됐다
1. 서울서 열린 ‘투톱’ 아트페어, 시작부터 열기 폭발
9월 3일, 서울 코엑스가 이른 시간부터 컬렉터와 미술 관계자들로 빼곡했다.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과 국내 최대 장터 키아프 서울이 나란히 문을 열자, 초고가 작품이 잇달아 솔드아웃되며 거래판이 달아올랐다. 메가 갤러리 하우저앤드워스는 미국 작가 마크 브래드퍼드의 3점 연작 ‘Okay, then I apologize’(2025)를 450만달러(약 62억6천만원)에 거래, 개막일 최고가를 찍었다.
같은 부스에선 조지 콘도의 회화가 약 17억원에 새 주인을 만났고, 하루 매출만 800만달러(약 111억원)를 넘겼다는 후문이 돌았다. 블루칩인 게오르그 바젤리츠는 타데우스 로팍에서 약 29억원, 화이트큐브에서 약 21억원에 각각 판매되며 존재감을 재확인했다. 페로탕은 무라카미 다카시 신작군을 전량 소진해 관람 동선을 사실상 ‘멈춰 세운’ 부스로 회자됐다.
2. ‘현지화’로 더 단단해진 프리즈, 내실 챙긴 키아프
올해 프리즈 서울엔 국내외 120여 개 갤러리가 이름을 올렸다. 주목할 점은 참여 라인업의 변화다. 해외 비중을 다소 줄이고 한국 갤러리와 국내에 지점을 둔 글로벌 갤러리의 비율을 약 35%까지 끌어올리며 ‘서울 맞춤형’ 체질로 선회했다. 스페이스K 측은 “해외 메이저들이 한국의 젊은 작가를 전속으로 흡수해 이번 판에 대거 소개했다”며, 초창기 우려와 달리 공생 구조가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한국화랑협회가 주관하는 키아프는 175개 갤러리로 구성됐다. 심사를 강화해 퀄리티를 끌어올리고, 동선을 재배치해 관람 피로도를 낮췄다. 국제갤러리는 우고 론디노네에 화력을 집중했고, 해외 갤러리들도 히로시 센주 등 탄탄한 라인업으로 관객 시선을 끌었다. 국내에선 학고재가 김환기 ‘구름과 달’을 약 20억원에 성사시키며 체면을 세웠고, 리안갤러리는 이진우·이광호·김근태 등 한국 작가군을 고르게 판매했다.
서울은 왜 ‘허브’가 되었나
답은 수요와 장면이다. 아시아 최상위 소비층의 방문이 계속되고, 미술관·갤러리·기관이 촘촘히 얽힌 도심 인프라가 거래와 전시를 동시에 견인한다. 브래드퍼드가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개인전과 페어 출품작을 연동하듯, 뮤지엄-페어-도시가 맞물리는 ‘삼각 엔진’이 시장 체력을 키우는 구조다. “경기가 거칠어도 서울엔 오게 된다”는 해외 관계자의 말은, 이제 관성에 가까운 마켓 신뢰를 말해준다.
개막식에는 대통령 배우자가 참석해 페어 현장을 둘러보며 “세계적 갤러리와 재능 있는 작가가 만드는 축제가 서울의 매력을 높일 것”이라고 격려했다. 현직 대통령 배우자가 프리즈·키아프 개막식에 나선 것은 처음으로, 도시 브랜드에 대한 국가적 관심도 확인됐다.
장외는 ‘축제 모드’로 확장
페어 밖 풍경도 볼거리로 가득했다. 한남·청담 일대는 야간 개관과 퍼포먼스, 파티를 잇달아 열어 관람 동선을 거리로 끌어냈다. 특히 삼청동 갤러리현대는 4일 밤, 국가무형유산 보유 전승의 굿을 초청해 마당을 무대로 전통과 동시대 미술의 접점을 실험했다. 시장이 예민할수록, 도시는 더 다채로운 장치를 꺼내 ‘체류 시간’을 늘린다. 이는 관광·외식·숙박으로 이어지는 파급 효과를 낳는다.
수치로 본 첫날 성과
하우저앤드워스 하루 매출 약 111억원, 브래드퍼드 연작 450만달러, 바젤리츠 거래가 약 29억원·21억원, 콘도 약 17억원, 김환기 약 20억원. 숫자만 놓고 봐도 시장의 리퀴디티가 살아 있음을 말한다. 무엇보다 국내 컬렉터와 해외 바이어가 한 공간에서 즉시 의사결정을 내리는 하이브리드 마켓이 서울에 정착했다는 점이 더 크다.
전망: ‘거점 도시’에서 ‘플랫폼 도시’로
프리즈는 6일까지, 키아프는 7일까지 이어진다. 해외 갤러리의 ‘선별적 참여’와 한국 갤러리의 ‘유연한 큐레이션’이 결합하며, 서울은 단순한 거래 거점을 넘어 작가 발굴·브랜딩·기관 협업이 순환하는 플랫폼으로 움직인다. 한마디로, “작품이 팔리는 곳”을 넘어 “경험이 축적되는 곳”으로의 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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