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사실 `마음병` 아니었다??

1. 초기 성장 단계에서 벌어진 균열
조현병을 오랫동안 정신적 문제로만 접근해온 통념이 흔들릴 만한 새로운 결과가 발표됐다. 국내 연구진이 태아와 유아기에 형성되는 뇌의 구조적 결함이 이 질환의 핵심 기전임을 밝혀낸 것이다. 전 세계 인구 중 약 1% 정도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현병은 그간 유전적 연관성이 보고되어 왔으나, 정작 어느 유전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병을 일으키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포스텍의 연구팀은 AS3MT라는 특정 유전자가 변화되면 뇌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규명해 주목받았다. 이 변이를 지닌 동물 실험에서,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뒤처지거나 대뇌의 특정 부위가 온전하지 않은 현상이 뚜렷이 드러났다고 한다. 흔히 ‘뇌실’이라 불리는 빈 공간이 확대되는 모습도 관찰됐는데, 이는 세포가 질서정연하게 분화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2. 구조적 결함과 치료의 새로운 실마리
건물을 지을 때 일부 층에 벽돌이 부족하면 건물 전체가 약해질 수밖에 없듯, 뇌를 구성하는 신경줄기세포가 제때 분화되지 못하면 대뇌 피질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AS3MT 변이가 이른바 ‘중심체’에 달라붙어 세포 분열 방향을 혼란에 빠뜨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게다가 인간의 뇌 조직을 유사하게 재현한 오가노이드 실험에서도 같은 양상이 나타나, 이 유전자가 단지 동물 모델만의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이번 성과는 조기 진단을 위한 새로운 접근 가능성을 열어줄 뿐만 아니라, 뇌 발달 단계의 유전자 작동 원리를 더욱 명확히 파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장기적으로 AS3MT를 겨냥한 치료 약물이나 진단 기법을 연구한다면, 환자에게 보다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이 연구는 지난달 말 국제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게재되어, 세계 과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증상의 뿌리를 뇌 발달 불균형으로 파악함으로써, 조현병을 단순히 마음의 문제나 일시적 스트레스 탓으로 여겨왔던 기존 시선을 뒤엎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출처: 포스텍 연구진 발표 자료, Science Advances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