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파장·임단협 난기류·미국 통상 리스크… ‘노란봉투법’ 이후 커진 노조의 레버리지

합병 파장·임단협 난기류·미국 통상 리스크… ‘노란봉투법’ 이후 커진 노조의 레버리지
1. 오늘의 큰 그림
조선·자동차 양 축에서 파업 고조—9월 초 산업현장이 동시에 흔들렸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9월 2~5일 연속 행동에 들어갔고, 1~3일에는 한국GM 노동조합이 시간제 작업중단을 단행했다. 겉으로는 임금·처우가 표면에 떠 있지만, 그 밑바닥에는 합병 추진, 사업 재편, 해외 통상 변수가 얽혀 있다. 특히 노란봉투법 이후 교섭 채널과 연대의 방식이 달라지면서, 현장의 ‘힘의 지도’가 눈에 띄게 재편되는 모양새다.
2. HD현대중공업—임단협 난항 + 합병 충격
울산 조선소에서는 이미 7월부터 간헐적 행동이 이어졌다. 이번 주기는 9월 2·3일 각 4시간, 4·5일 각 7시간으로 강도를 높였다. 임금 테이블이 좀처럼 닫히지 않은 데다, 최근 거론된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합병 이슈가 점화 장치 역할을 했다.
조합은 MSGA(‘Make Shipbuilding Great Again’로 알려진 미국 중심 조선 생태계 프로젝트) 관련 대응의 일환으로 해석되는 합병이 구조조정·중복 부문 정리·전환 배치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한다. “일방적 축소와 정원이동에 맞서겠다”는 메시지는 고용안정 협약 요구로 구체화됐다. 더해, 하도급사 폐업·임금체불 의혹을 제기하며 원·하청 공동대응의 필요성도 띄운다.
관전 포인트는 노란봉투법의 파급이다.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해석 속에 하청 조직과의 연대 회로가 굵어지는 중이다. 발주와 수주가 회복하며 조선업이 모처럼 순풍을 타는 상황에서, ‘경영 간섭’ 논란까지 얹히면 현장과 자본시장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업계는 “회복 국면에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지금 조정하지 않으면 더 큰 비용을 치른다”는 반론 사이에서 줄타기 중이다.
3. 한국GM—‘철수설’ 그림자 속 임단협 격화
자동차 업계의 긴장도 만만치 않다. 한국GM 노조는 9월 1~3일 매일 4시간씩 생산을 멈추는 방식으로 압박했다. 요구안은 기본급 141,300원 인상과 당기순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것, 여기에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 결정의 전면 재검토가 포함된다.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가 국내 생산의 채산성을 뒤흔들며, 오래된 ‘철수설’의 잔상이 다시 부각되는 분위기다.
한편, 현대자동차 노조는 9월 1일부터 특근 전면 중단을 선언하고 언제든 파업 수위를 높일 수 있음을 예고했다. 완성차-부품-서비스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의 연결고리를 감안하면, 개별 사업장의 행동이 동시다발적 충격파로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4. ‘노란봉투법’ 이후의 협상 테이블—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
이번 국면의 본질은 손배·가압류 리스크 축소와 교섭 범위 확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협상 지형이다. 과거에는 고비마다 ‘법적 비용’이 브레이크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현장 행동의 문턱이 낮아지고 연합 전술의 유인이 커졌다. 기업은 인수·합병(M&A)·라인 정비·서비스망 재구성 같은 중장기 전략을 추진하려고 하고, 노조는 고용·배치·이익배분의 확약을 당장 확보하려 한다. 서로의 시간표가 어긋나는 지점에서 마찰열이 발생한다.
이를 ‘줄다리기’로만 보면 반쪽짜리 해석이다. 원·하청의 임금체불 논란 같은 현안은 공급망 지속가능성 이슈로 확장된다. 한마디로, 노사 교섭은 비용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의 한 축으로 봐야 한다. 조선의 수주 호황과 자동차의 해외 변수 속에서, 예측 가능한 로드맵+공유 가능한 데이터가 협상의 공통분모가 될 수 있다.
5. 숫자로 보는 타임라인
• 9/2~5 HD현대중공업: 2·3일 각 4시간, 4·5일 각 7시간
• 올해 누적 HD현대중공업 파업: 7월 시작 이후 6회 이상 전개
• 9/1~3 한국GM: 매일 4시간 작업중단
• 임단협 요구 한국GM: 기본급 +141,300원, 순이익 15% 성과급,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 재검토
6. 관점 전환—‘악재’인가 ‘조정’인가
조선업은 친환경·고부가 선종 중심으로 호황을 타는 중이다. 그러나 합병과 조직 재배열이 불확실성을 키우면 수주관리·납기·품질 모두가 출렁인다. 반대로, 고용안정 가이드라인·전환배치 원칙·하청 상생 룰을 미리 정교화하면 오히려 학습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자동차 역시 통상 변수와 내수 수요 둔화 속에 지속 가능한 이익배분 프레임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의 파열음은 ‘비용’이자 ‘투자’다—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향후 2~3년의 생산성 그래프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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