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 드라마, ‘더 큰 폭풍’ 한가운데서 멈췄다

1. 예고 없는 회담 취소, 그 순간

한국과 미국의 정상 독대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캐나다 앨버타 주 카나나스키스의 G7 회의장, 만찬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용기의 엔진을 켰다.

백악관은 “중동 정세 대응”이라며 급히 상황을 정리했지만, 트럼프는 비행기 탑승 직전 트루스소셜에 “휴전이 아니다, 훨씬 더 큰 일”이라는 짧은 문장을 남겨 의문을 증폭시켰다.

이 한 줄로 준비해 온 한‧미 정상회담은 산산이 흩어졌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미 측이 양해를 요청해 왔다”며 곧바로 재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가장 빠른 시점에 다시 성사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2. ‘훨씬 더 큰 일’의 정체, 그리고 다음 단계

서울 외교가는 ‘트럼프 스타일’이 또다시 세계 무대를 흔들었다는 평가와 함께 술렁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중동 긴장과 미국 국내 정치 일정이 겹치며 워싱턴이 즉시 ‘상황실 모드’로 전환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실제로 트럼프가 귀국 즉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할 것이라는 보도는 이를 방증한다. 동시에 한반도 확장억제, 인도‧태평양 공급망 협력 등 예정 의제는 전부 공중에 떠오른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치 촬영 중 정전으로 스튜디오 전체가 멈춰 선 영화 세트처럼, 한‧미 외교 드라마도 ‘일시 정지’ 버튼이 눌린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촬영은 곧 재개된다”는 메시지를 여러 채널로 흘리며 협상 동력을 살려두고 있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워싱턴이 파악한 ‘더 큰 일’의 실체가 무엇인지. 둘째, 그 파고를 넘은 뒤 한‧미 정상이 언제, 어디서 다시 카메라 앞에 설 것인지다. 중동 하늘에 드리운 연기 구름이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에 따라 답도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