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은 못 받아도 관객은 얻었다” 박찬욱 신작, 베니스가 보내준 박수

“상은 못 받아도 관객은 얻었다” 박찬욱 신작, 베니스가 보내준 박수
1. 폐막의 순간, 웃은 작품과 남은 여운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최고상인 황금사자의 향방은 미국 거장 짐 자무시의 신작 ‘Father Mother Sister Brother’로 결정됐다. 성인이 된 자녀와 멀리 떨어진 부모를 축으로, 미국 북동부·더블린·파리로 이어지는 세 갈래의 삶을 교차 편집해 잔잔한 파문을 만들었다는 평이다.
심사위원대상은 전쟁의 상흔을 응시한 튀니지의 카우데르 벤 하니아가 연출한 ‘힌드 라잡의 목소리’가 거머쥐었다. 연출 부문 트로피는 베니 사프디가 ‘스매싱 머신’으로 가져가며, 경쟁 섹션의 균형을 맞췄다.
2. 박찬욱 ‘어쩔수가없다’, 수상은 놓쳤지만 화제의 중심
화살표는 끝내 무대 위를 가리키지 못했지만,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영화제 초반부터 상영이 끝날 때까지 객석의 체온을 쥐락펴락했다. 해외 비평가들은 “오늘 반드시 부름을 받을 것이라 확신했다”는 반응을 쏟아냈고, 일부는 최고상 혹은 감독상 후보군 최상단에 올려두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은 폐막 직후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이번 작품처럼 관객 반응이 즉각적이었던 적이 드물었다. 이미 큰 상을 받은 느낌”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트로피보다 긴 박수, 그 경험이야말로 축제의 성격을 가장 정확히 설명하는 언어였을지 모른다.
작품 해부: 웃음과 씁쓸함이 공존하는 블랙코미디
‘어쩔수가없다’는 실업과 생계의 무게를 정면에서 받아들이되, 우아한 연출로 색채를 눌러 담은 블랙코미디다. 바닥을 딛고 올라서려는 한 남자의 하루가 아이러니와 풍자로 버무려지며, “웃긴데, 자꾸 목이 메인다”는 반응을 유도한다. 이 작품은 ‘무기력’이라는 어려운 감정을 관객이 껴안을 수 있을 만큼 가벼운 질감으로 다듬는다.
주인공 만수를 연기한 이병헌은 희극의 리듬과 비극의 잔향을 정교하게 오가며 캐릭터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배우들이 합을 맞춰 서사의 질량을 더했다.
시각 바꾸기: 상은 결과, 호평은 자산
국제 무대에서 수상은 물론 중요한 이정표다. 그러나 영화제는 마라톤에 비유되곤 한다. 결승선 하나로 승부가 끝나지 않는다. 박찬욱의 새 영화는 관객 반응과 언론의 호의적인 평가를 통해 ‘브랜드 가치’라는 더 큰 자산을 확보했다. 향후 글로벌 배급과 추가 초청, 시장에서의 체감 기대가 자연스레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황금사자가 자무시의 손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올해 경쟁이 그만큼 치열했다는 방증이다. 서로 다른 미학이 같은 무대에서 충돌하고, 그 자리에서 한국 영화의 저력이 다시 확인됐다. 트로피는 한 개지만, 존재감을 증명하는 방식은 여럿이다.
한 줄 정리 & 관전 포인트
한 줄 정리 — 상징적 성과는 자무시가 챙겼고, 관객의 심장은 박찬욱이 흔들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 ① 북미·유럽 배급 라인업과 개봉 타이밍 ② 국내 개봉 시 흥행/관객 반응의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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