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그리넷

세계이슈

지하에서 기어오른 그림자―마닐라 하수구 노숙자 사진이 드러낸 도시의 깊은 그늘

M
관리자
2025.06.01 추천 0 조회수 499 댓글 0

지하에서 기어오른 그림자―마닐라 하수구 노숙자 사진이 드러낸 도시의 깊은 그늘

지하에서 기어오른 그림자, 마닐라의 현실을 비추다

1. 지하에서 솟구친 절규



 

마닐라의 경제 중심지 마카티 대로. 차량 소음과 네온사인 사이로 한밤중 셔터가 번쩍였다. 렌즈 속 피사체는 다름 아닌 하수구 뚜껑을 밀어 올린 채 불쑥 나타난 여성. 그는 때 묻은 꽃무늬 블라우스에 해진 반바지를 걸친 채, 물 먹은 콘크리트 위를 기어올라온 뒤 골목 속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아마추어 사진가가 공유한 이 장면은 몇 시간 만에 ‘도시 괴담’처럼 퍼졌다. “호러 영화의 실사판 같다”는 반응과 함께, 천문학적 부의 뒷골목에 드리운 빈곤의 심연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2. 카메라 셔터가 만든 파장



 

사진이 급속히 확산되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사진 속 여성에게 즉각적인 도움을 제공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사회복지개발부는 사흘 만에 ‘로즈’라는 이름의 주인공을 찾아냈다. 거리에서 폐지와 플라스틱을 모아 생계를 잇던 그는 “커터칼을 떨어뜨려 하수구로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길이 늦어졌다”고 밝혔다.

 

정부는 로즈에게 소규모 잡화점 개점을 위한 8만 페소(약 198만 원)를 지원하고, 용접 기술이 있지만 일거리가 없던 남편에게는 맞춤형 취업 알선을 약속했다. 겨우 하루치 끼니를 위해 배수로와 묘지를 전전하던 가족에게 작은 숨구멍이 열린 셈이다.

 

3. 하수구 위로 드러난 도시의 민낯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400만 명이 몰려 있는 ‘메트로 마닐라’에는 최소 300만 명이 집 없이 거주한다. 폭우용 배수관, 묘지 틈, 폐버스‧손수레가 임시 보금자리로 쓰인다. 전문가들은 “분수처럼 솟아오른 여성의 모습은, 격차에 눌린 시민이 잊힌 지하 세계에서 구조 신호를 보낸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결국 한 장의 사진은 도심의 화려한 스카이라인 아래 숨겨진 균열을 조명했다. 하수구를 뚫고 나온 것은 단순한 신체가 아니라,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수백만 목소리였다.

 

댓글 0

뉴스

전체 정치 경제 사회 생활/문화 IT/과학 세계이슈 연예 건강
사회

통일교 심장부·권성동 사무실 동시 압색…‘김건희 특검’ 전면전

M
관리자
조회수 360
추천 0
2025.07.18
통일교 심장부·권성동 사무실 동시 압색…‘김건희 특검’ 전면전
사회

‘사법 족쇄 완전 해제’ 이재용 무죄 확정…재계 ‘숨통 트였다’

M
관리자
조회수 420
추천 0
2025.07.17
‘사법 족쇄 완전 해제’ 이재용 무죄 확정…재계 ‘숨통 트였다’
사회

특검‧윤석열, ‘법정 한판승’ 향해 달아오른 구치소 전선

M
관리자
조회수 325
추천 0
2025.07.16
특검‧윤석열, ‘법정 한판승’ 향해 달아오른 구치소 전선
사회

두 번 제동 걸린 윤석열 인치 지휘…특검, ‘강제 이동’ 새 카드 만지작

M
관리자
조회수 379
추천 0
2025.07.15
두 번 제동 걸린 윤석열 인치 지휘…특검, ‘강제 이동’ 새 카드 만지작
사회

윤석열 전 대통령, 특검 강제구인에 ‘문 잠근 하루’…내일이 기로

M
관리자
조회수 345
추천 0
2025.07.14
윤석열 전 대통령, 특검 강제구인에 ‘문 잠근 하루’…내일이 기로
사회

돌아선 측근들에 막힌 길…윤석열 전 대통령 수세 몰리다

M
관리자
조회수 344
추천 0
2025.07.13
돌아선 측근들에 막힌 길…윤석열 전 대통령 수세 몰리다
사회

특검, 14일 윤석열 소환…“이젠 법정으로 나올 차례”

M
관리자
조회수 321
추천 0
2025.07.12
특검, 14일 윤석열 소환…“이젠 법정으로 나올 차례”
사회

“14일엔 반드시 나와라” 특검의 최후통보

M
관리자
조회수 349
추천 0
2025.07.11
“14일엔 반드시 나와라” 특검의 최후통보
사회

새벽 수갑, 빈 피고인석…윤석열 구속이 몰고 온 사법 태풍

M
관리자
조회수 401
추천 0
2025.07.10
새벽 수갑, 빈 피고인석…윤석열 구속이 몰고 온 사법 태풍
사회

내년 시간당 법정최저보수, 1만 원 턱걸이 인상폭 ‘1.8% vs 4.1%’

M
관리자
조회수 431
추천 0
2025.07.09
내년 시간당 법정최저보수, 1만 원 턱걸이 인상폭 ‘1.8% vs 4.1%’
사회

“잿빛 철문 앞에서” — 윤석열 前 대통령, 내란 혐의 영장심사 전말

M
관리자
조회수 396
추천 0
2025.07.08
“잿빛 철문 앞에서” — 윤석열 前 대통령, 내란 혐의 영장심사 전말
사회

긴장 속 재소환, 윤 전 대통령과 특검의 일촉즉발

M
관리자
조회수 396
추천 0
2025.07.05
긴장 속 재소환, 윤 전 대통령과 특검의 일촉즉발
사회

초읽기 돌입한 특검, 윤 전 대통령 겨냥 ‘숨가쁜 하루’

M
관리자
조회수 368
추천 0
2025.07.04
초읽기 돌입한 특검, 윤 전 대통령 겨냥 ‘숨가쁜 하루’
사회

“최저임금 막판 줄다리기” — 11,140원 vs 10,130원, 숨가쁜 1,010원의 격전

M
관리자
조회수 436
추천 0
2025.07.03
“최저임금 막판 줄다리기” — 11,140원 vs 10,130원, 숨가쁜 1,010원의 격전
사회

치열한 줄다리기 끝… 윤석열, ‘내란특검’ 5일 전격 출석 예고

M
관리자
조회수 396
추천 0
2025.07.02
치열한 줄다리기 끝… 윤석열, ‘내란특검’ 5일 전격 출석 예고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