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서 기어오른 그림자―마닐라 하수구 노숙자 사진이 드러낸 도시의 깊은 그늘

지하에서 기어오른 그림자, 마닐라의 현실을 비추다
1. 지하에서 솟구친 절규
마닐라의 경제 중심지 마카티 대로. 차량 소음과 네온사인 사이로 한밤중 셔터가 번쩍였다. 렌즈 속 피사체는 다름 아닌 하수구 뚜껑을 밀어 올린 채 불쑥 나타난 여성. 그는 때 묻은 꽃무늬 블라우스에 해진 반바지를 걸친 채, 물 먹은 콘크리트 위를 기어올라온 뒤 골목 속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아마추어 사진가가 공유한 이 장면은 몇 시간 만에 ‘도시 괴담’처럼 퍼졌다. “호러 영화의 실사판 같다”는 반응과 함께, 천문학적 부의 뒷골목에 드리운 빈곤의 심연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2. 카메라 셔터가 만든 파장
사진이 급속히 확산되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사진 속 여성에게 즉각적인 도움을 제공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사회복지개발부는 사흘 만에 ‘로즈’라는 이름의 주인공을 찾아냈다. 거리에서 폐지와 플라스틱을 모아 생계를 잇던 그는 “커터칼을 떨어뜨려 하수구로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길이 늦어졌다”고 밝혔다.
정부는 로즈에게 소규모 잡화점 개점을 위한 8만 페소(약 198만 원)를 지원하고, 용접 기술이 있지만 일거리가 없던 남편에게는 맞춤형 취업 알선을 약속했다. 겨우 하루치 끼니를 위해 배수로와 묘지를 전전하던 가족에게 작은 숨구멍이 열린 셈이다.
3. 하수구 위로 드러난 도시의 민낯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400만 명이 몰려 있는 ‘메트로 마닐라’에는 최소 300만 명이 집 없이 거주한다. 폭우용 배수관, 묘지 틈, 폐버스‧손수레가 임시 보금자리로 쓰인다. 전문가들은 “분수처럼 솟아오른 여성의 모습은, 격차에 눌린 시민이 잊힌 지하 세계에서 구조 신호를 보낸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결국 한 장의 사진은 도심의 화려한 스카이라인 아래 숨겨진 균열을 조명했다. 하수구를 뚫고 나온 것은 단순한 신체가 아니라,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수백만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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