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 뒤에도 “보수 출신 기관장”은 잔류하나? - 공공기관 인사 혼란

정권 바뀌어도 계속 버티는 보수 국회의원 출신 기관장들, 새 정부와 충돌 예고
1. 현 상황 요약
정권이 교체된 뒤에도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 수장의 임기가 남아 있으면, 정부 기조와 상반되는 정책 논리가 충돌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올해 6월 3일 치러지는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직 보수 계 국회의원 출신 기관장들이 상당수 자리를 지키고 있어,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주요 에너지나 교통 부문을 비롯한 핵심 공기업 여러 곳에 구 여당 인사가 임명된 상태다. 이들은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사업 방향을 급격히 전환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으나, 임기가 보장된 만큼 새 집권 세력과 계속 협업해야 한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울 수 있다. 더구나 사퇴를 강제하면 ‘블랙리스트’ 논란이 재점화할 수 있어, 정치·법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 복잡한 이해관계와 평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자료에 따르면, 330여 개 기관 중 전임 보수 정권이나 현 여당 계열 국회의원 이력을 지닌 인사가 수장으로 있는 곳은 약 20여 곳으로 확인된다. 이들 가운데 5명 정도만 올해 안에 임기가 종료된다. 나머지 기관장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최소 1년 이상 자리를 유지하게 된다.
문제는 과거 정부에서 일어났던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 인사 개입 사건이 법적 처벌 사례로 남아 있어, 새 정부가 기관장을 교체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정부 당시 임명된 인사들이 윤 정부 출범 후에도 업무를 지속해 왔듯, 이번에도 새 정권이 들어서도 전 정부가 앉힌 인물을 함부로 퇴진시키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반면, 유력 대선 후보들은 집권 이후 자리를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은 “임기 말 주요 보직을 채운 보수 진영 전·현직 의원 50여 명 가량을 ‘알박기 인사’로 규정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새로 구성될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과 거리가 먼 인사들에게 평가와 보수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실제로 구 여권 출신이라고 해도 정부 운영 방향에 적극 협조한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정책의 방향이 크게 어긋나면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정부 입장에서는 현재 재직 중인 기관장들의 거취를 두고 절충점을 찾는 과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단순한 임기 만료를 기다리거나,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물러나도록 압박하면 또다시 소송과 수사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임기와 독립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공공기관 운영의 원칙과, “정부 철학을 반영해야 한다”는 현실 논리가 줄다리기를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