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금융혁신 주도권 놓고 한국만 뒤처지나

1. 국내 스테이블코인 현황

최근 코빗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산가치 변동을 최소화하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와 투자 모두에서 큰 변화를 이끌 핵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신기술 테스트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국내 기업들은 실제 발행 시 외국환거래법이나 은행법 등의 규제를 동시에 검토해야 하고, 이는 막대한 법적 불확실성을 유발해 혁신 시도가 사전에 차단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원화는 물론 외화와 연동한 스테이블코인도 별도의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그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동일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해외 경쟁사에 비해 사업 확장이 제한되는 ‘역차별 상황’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크다.

2. 해외 시장의 급부상

글로벌 대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잠재력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예컨대 비자(Visa)나 마스터카드(Mastercard)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 네트워크 실험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페이팔(PayPal)도 고객에게 손쉽게 코인을 보상 형태로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렇게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해외 환경은 이미 다양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자산의 실질적 사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또한, 많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준비자산의 상당 부분을 미국 국채나 안전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안정성과 수익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이는 국채 시장에 새로운 민간 수요를 창출하는 결과로 이어지며, 자본시장의 구조를 바꿀 강력한 변수로 평가된다.

3. 대안과 전망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 같은 추세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빠른 시일 내에 법령 정비와 함께 실사용 중심의 테스트베드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특정 금융기관이나 기업에게 제한적으로라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해 실물 결제망에 직접 연결하는 실험을 진행해볼 수 있다.

코빗 리서치센터의 최윤영 센터장은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디지털 화폐’를 넘어 실물 경제와 금융을 잇는 복합 자산으로 확장되고 있다”면서, 규제를 통한 ‘제한적 허가’가 아니라 폭넓은 활용과 시장 검증을 유도해야 선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관이 이 흐름에 동참하지 못한다면, 향후 글로벌 결제망 경쟁에서 고립될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