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이 뒤흔드는 글로벌 바이오판 -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 혁신의 뿌리

1. 왜 보스턴이 주목받는가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금리와 투자심리 위축 탓에 글로벌 바이오산업 전체가 답답한 정체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보스턴과 케임브리지 일대는 오히려 새롭게 활력을 띠며 회복 기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도 현지 바이오기업들이 막대한 벤처 자본을 끌어들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곳이 ‘세계 바이오 심장부’로 불리는 배경에는, 수준 높은 과학기술과 합리적 규제체계가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 크게 작용합니다. 매사추세츠 공대(MIT)와 하버드 대학교 등 유명 학술기관이 위치해 있어, 신기술이 빠르게 창업으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습니다. 특히 MIT에서 공학을 전공한 전문가와 하버드에서 생물학을 연구한 인재가 만나 전례 없이 대담한 발상을 시도하는 구조가 일상적인 풍경입니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이런 연구의 온상을 놓칠 리 없습니다. 노바티스와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 머크 등 유수 제약기업들이 이미 R&D 센터를 이곳에 운영 중이고, 새로운 시설 확장 계획 또한 잇따르고 있습니다. 첨단 연구소와 활발한 지원을 무기로 한 보스턴 클러스터는, 마치 실리콘밸리가 IT 혁신을 주도하듯 바이오 분야의 판도를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2. 혁신 기업들이 증명해온 바이오 생태계

보스턴에서는 과감한 아이디어가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습니다. mRNA 백신으로 주목받은 모더나, 세계 최초 RNAi 신약을 탄생시킨 앨나일럼, 고위험 질환 치료제 개발로 인정받은 블루포인트 메디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전이 이 땅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신생 벤처들이 느슨한 실험이 아닌, 세계를 바꿀 기술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풍부한 벤처캐피탈 자금과 인큐베이터 시스템 덕분입니다.

예를 들어 모더나는 설립 당시부터 핵심 기술로 꼽히던 mRNA 플랫폼에 집중했지만, 당시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을 비롯한 벤처 투자기관에서 지속적으로 지원을 이어간 결과, 결국 전례 없는 백신 개발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앨나일럼도 RNA 간섭 기술이라는 까다로운 장벽에 도전해 결국 신약 승인까지 승부수를 던졌고, 그 도전정신은 다시금 보스턴 클러스터를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게 했습니다.

이런 활발한 창업과 기술 진화가 가능한 비결은, 매사추세츠주의 개방적인 연구 풍토와 민관 협업의 전통이 바탕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교나 연구소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실험실 단계를 벗어나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부터 인큐베이팅까지 종합적으로 이뤄지며 풍부한 인재와 자본이 끊임없이 연결되고 있습니다.

오는 16일 보스턴에서 열리는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5’에서도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미래 전략을 논의합니다. 국내 업체들 역시 위기를 뛰어넘을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이곳을 찾는 만큼, 보스턴이 만들어낼 또 다른 혁신 스토리를 주목해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