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와 서버가 ‘붙어 산다’… 재난이 시스템을 삼키기 전에

배터리와 서버가 ‘붙어 산다’… 재난이 시스템을 삼키기 전에
1. 핵심 요약
대형 데이터센터 안전 점검에서 국내 88곳 가운데 73곳이 기본 규정을 어겼다. 배터리와 서버를 별도 구역으로 분리하지 않거나, 적정 간격을 확보하지 않은 사례가 다수였다. 업계 대표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일부 시설은 원격 전원 차단이 불가능했고, 리튬배터리가 촘촘히 배치돼 화재가 번질 조건을 스스로 키우고 있었다. 최근 국가 주요 전산시설 화재로 국가망이 흔들린 만큼, 민간 영역의 동일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파급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2.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는 20kWh를 넘는 리튬배터리를 전기설비와 분리해 보관하도록 정했지만, 여전히 다수 센터에서 서버-배터리 나란히 보관이 확인됐다. 해외에선 보편적으로 90cm 이상의 이격과 불연 차단벽을 둔다. 반면 국내 일부 현장은 배터리와 서버 사이가 손 뻗으면 닿는 거리에 불과했다.
UPS(무정전전원장치) 화재를 대비한 바이패스 설비 부재, 원격 차단 미구축, 배터리 간 과밀 배치도 잇따랐다. 다발식 전력선 연결, 배기·배수 미비 등은 불이 번질 때 진화와 격리의 시간을 빼앗는 요소로 작동한다.
현장 스냅샷: “불씨 하나가 전체 서비스를 멈춘다”
대전의 한 데이터센터에서는 UPS 모듈 일부가 손상되는 화재가 발생했으나 초기 진화로 대형사고는 막았다. 그러나 같은 유형의 불이 더 큰 시설에서 일어났다면, 한 층 전체가 순식간에 무력화될 수 있었던 조건이었다. 국가 전산시설의 사례가 보여주듯, 먼지 하나·열 하나가 서비스 중단으로 직결되는 것이 데이터센터의 일상이다.
재배치가 답이다: 설계·운영의 ‘거리 두기’
화재는 배터리에서 시작해 전력선·랙으로 번지고, 결국 서비스로 확장된다. 이를 끊는 첫 단계는 배터리-서버 분리 보관과 충분한 이격이다. 다음은 원격 차단·바이패스 체계다. 현장 인력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원을 우회·차단할 수 있어야 “불을 먹는 전기”를 끊는다.
추가로, 급배기·방수·배수는 화염 그 자체보다 무서운 2차 피해(연기, 부식, 침수)를 줄이는 최소 장치다. 복구 단계에서는 장비 분해·세척·재조립을 병렬로 처리해 시간을 단축하고, 전원장치 수리를 주요 경로 중심으로 압축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관리의 상시화: “점검이 곧 가동”
전문가들은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일단 붙으면 끄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더욱 정례 점검과 구획 기반 설계가 필요하다. 배터리 로그, 케이블 동선, 랙 단위의 열지도, 청정도(분진) 수준을 지표화하고, 외주·원청·입주사의 공동 책임 체계로 관리해야 한다.
“규정은 서랍 속 문서가 아니라, 서버 가동 버튼과 붙어 있어야 한다.” 데이터센터 운영에서 이 문장은 더 이상 비유가 아니다.
결론: 화재는 사건이 아니라 설계의 결과
이번 점검은 민간 데이터센터 상당수가 불 앞에서 취약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국가 전산망 복구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복구보다 중요한 건 재발 방지다. 분리·이격·차단·배기라는 네 가지 원칙을 지키지 않는 한, 다음 먹통은 우연이 아니라 예정된 사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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