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는 있었지만, 재시동은 쉽지 않다” 우원식의 냉온(冷溫) 메시지

“악수는 있었지만, 재시동은 쉽지 않다” 우원식의 냉온(冷溫) 메시지
1. 한눈에 보는 핵심
베이징 전승절 80주년 기념 일정 중 우원식 국회의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마주쳐 손을 맞댔다. 우 의장은 “대화의 문이 닫힌 지 오래인 현실을 감안하면, 잠깐의 조우도 의미가 있다”면서도 “관계 복원은 단번에 풀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도 리셉션장에서 의견을 교환했다. 우 의장은 한반도에서의 평화 공존을 위한 첫걸음으로 문화교류 채널을 열자고 제안했고, 내년 한국 개최가 예정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공동의 접점으로 제시했다.
2. 베이징에서 벌어진 장면의 배경
의장단은 9월 2일 베이징에 도착해 전승 기념행사 일정을 소화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같은 시기에 중국을 방문하면서, 양측은 천안문 성루 입장 대기 구역에서 우연히 맞닥뜨렸고 의례적 인사를 나눴다. 이후 인민대회당 리셉션에서는 좌석 배치상 별도 대화는 성사되지 않았다.
우 의장은 귀띔하듯 “심도 깊은 대화를 이어가기엔 형편이 받쳐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우를 얼어붙은 강 위에 떨어진 작은 자갈에 비유했다. 물길을 바꾸진 못하지만, 얼음의 균열을 예고하는 첫 소리라는 뜻이다.
3. 푸틴과의 짧은 대화, 문화로 여는 ‘첫 단추’
리셉션장에서 푸틴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한 견해를 물었고, 우 의장은 “새 정부와 국회는 긴장 완화와 공존의 흐름을 만들어가려 한다”는 취지를 전했다. 이어 “정치·군사 의제에 앞서 문화와 유산을 매개로 접근하자”고 요청했다.
그가 언급한 사례가 내년 한국에서 열릴 유네스코 48차 세계유산위원회다. 회의 계기 한국의 세계유산 현장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 검토되는 가운데, 여건이 조성된다면 금강산 답사가 가능해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해 달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알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4. 중국 측과의 접촉 — 협력과 우려를 동시에
우 의장은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양국은 전승 80년·광복 80년이라는 공동의 역사 경험을 기반으로 미래 협력의 설계를 시작할 때”라며 대화의 지속을 약속했다. 동시에 한국은 서해 인공시설 설치 관련 우려를, 중국은 반중 시위 확산 문제를 거론하며 각자의 민감 사안을 상호 전달했다.
의장단에는 박지원·김태년·박정·홍기원·김준형 의원이 동행했다. 행사 참석의 명분은 추모와 기념이지만, 실질적 목적은 복수의 대화 채널을 열어두는 ‘외연 확장’에 있었다는 평가다.
5. ‘낙관은 금물’이라는 신호
우 의장은 “관계가 끊긴 시간이 길었다. 재가동은 단계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의 부담과 북측의 경계심을 모두 의식한 현실론에 가깝다. 악수가 상징을 제공했더라도, 실무 대화가 잇따르지 않으면 상징은 금세 휘발된다.
결국 열쇠는 저강도·저위험 접촉의 축적이다. 문화·유산·학술 같은 비정치 분야에서 신뢰를 쌓고, 그다음에 인도적 협력과 경제 의제 등으로 확장하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번 베이징 일정을 통해 한국 국회는 “대화의 체온을 되살릴 작은 불씨”를 하나 더 챙겼다. 불씨를 불꽃으로 키울지는 앞으로의 실무 교섭과 주변국의 촉진 외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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