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든 목소리” 고려아연 임직원, AAC 보드 제작해 재활현장 돕다

“손으로 만든 목소리” 고려아연 임직원, AAC 보드 제작해 재활현장 돕다
1. 무엇이 달랐나: 말 대신 그림으로 여는 대화
고려아연과 계열사 구성원들이 언어장애아동의 일상 대화를 돕는 AAC(보완·대체 의사소통) 보드를 직접 만들었다. 지난 9월 11일, 서울 종로구 본사 다목적실에 모인 20여 명은 2인 1조로 작업대를 꾸리고, 말문을 대신해 줄 카드 한 장 한 장에 손길을 더했다.
이번 활동엔 회사가 장기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푸르메재단이 함께했다. AAC 보드는 이해를 돕는 아이콘과 짤막한 문구로 구성된 카드가 100여 개에 달한다. 아이가 일상을 설명하고 감정을 표현하도록 돕는 ‘휴대용 대화창’이라 할 수 있다.
현장에선 순서가 분명했다. 바인더 표면에 벨크로를 붙여 보드의 ‘자리’를 만들고, 링으로 내구성을 보강했다. 이어 A4 용지에서 그림을 오려 라미네이팅으로 마감한 뒤 다시 벨크로를 부착했다. 마지막으로 카테고리별로 배치해 아이들이 직관적으로 고를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였다.
2. 왜 의미가 큰가: 재활실로 곧장 들어가는 실용형 기부
완성된 보드는 푸르메어린이발달재활센터에 전달돼 언어치료 세션과 부모 교육에 즉시 활용될 예정이다. ‘물 달라요’처럼 간단한 요구부터 감정 표현까지, 카드 조합만으로 문장을 만들 수 있어 초기 중재에 안성맞춤이다. 회사 측은 “두 시간 넘게 집중해 만든 결과물이 바로 현장에서 쓰이는 점이 가장 보람”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과 푸르메재단의 인연은 작년 5월의 5천만 원 기부에서 시작됐다. 이후 임직원 참여형 봉사를 두 차례 이어왔고, 올해는 AAC 보드 제작에 더해 다음 달 여주시 ‘푸르메소셜팜’에서 방울토마토 스마트팜 일손 돕기도 예고했다. 이곳은 발달장애인의 안정적 고용과 소득을 목표로 운영되는 농업형 일터다.
김기준 부사장은 “직원들이 정성껏 만든 보드가 아이들의 재활 여정에 작은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며, 장애인은 물론 사회적 취약계층을 향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회사는 ‘KZ Clover’라는 사회공헌 전략 아래 △기부·봉사 △인재육성 △문화예술 △친환경 등 네 축을 운영한다. 매년 영업이익의 약 1%에 해당하는 약 70억 원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며, ‘자원 순환 산업의 본업으로 사회를 돕는다’는 정체성을 외연으로 확장 중이다.
이번 사례는 ‘물적 기부’와 ‘체험형 봉사’의 경계를 잇는 모델이다. 예산만 전달하는 방식에 그치지 않고, 임직원이 콘텐츠의 품질—카드의 가독성, 보드의 내구성, 분류 체계—까지 책임지며 현장 효용을 끌어올렸다. AAC 보드는 고장 나면 바로 고쳐야 하고, 아동에 맞춰 상시 업데이트돼야 한다. 회사의 손길이 닿은 보드는 그런 ‘살아 움직이는 도구’로 기능한다.
재활전문가들은 초기 치료에서 선택지를 눈앞에 시각화하는 도구가 상호작용의 첫 단추가 된다고 말한다. 아이가 카드를 가리키는 순간, 보호자와 치료사의 피드백 루프가 열린다. 그 문을 여는 열쇠를 임직원의 땀으로 깎아 만든 셈이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숫자를 넘어 현장의 사용성으로 평가받는 시대, 고려아연의 이번 프로젝트는 바로 그 ‘사용성’에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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