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하거나 부담하라” 러트닉의 최후통첩… 한·미 통상 줄다리기 격화

“서명하거나 부담하라” 러트닉의 최후통첩… 한·미 통상 줄다리기 격화
1. 무엇이 쟁점인가
미국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이 한국을 향해 날 선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최근 미국 경제전문 방송 인터뷰에서, 백악관에서 논의됐던 한·미 무역 프레임이 서명 없이 남아 있다고 지적하며 “선택의 여지는 단순하다”는 취지로 압박했다. 일본은 서명 절차를 마쳤지만 한국은 결론을 보류 중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상기시키며, 합의 수용 또는 관세 부담이라는 양자택일을 제시했다.
핵심 틀은 상호 관세 약 15% 인하와 한국 측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로 요약된다. 다만 투자 기금의 조성 방식과 운용 구조 등 실무 설계는 여전히 미완성이다. 서류 작업 또한 남아 있어, 협상 테이블은 ‘마지막 퍼즐’ 맞추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2. 디테일이 승부를 가른다
러트닉 장관은 “문제는 세목(細目)에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한국이 일본 사례를 참고하고 있는 듯하지만, 조정의 폭이 충분치 않다고 본다. 결국 관건은 투자 집행의 책임주체·기금 운용의 투명성·성과 기준 같은 기술적 조항이다. 문장 한 줄, 숫자 한 칸이 수십억 달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국면인 만큼, 당사자 발언은 사실상 속도감 있는 결단을 촉구한 셈이다.
협상가들 사이에선 “피니시 라인 바로 앞에서 신발끈을 다시 매는 단계”라는 비유가 나온다. 합의의 큰 틀은 놓치지 않되, 사후 분쟁의 씨앗이 될 문구를 최소화하려는 신중함이 한국의 ‘숨 고르기’로 읽히고 있다.
3. 현장 변수: 조지아 배터리 공장 이슈
정치·산업 현장은 협상판을 흔드는 변수다. 조지아주에서 진행 중인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사 현장에서 한국 인력의 대량 체포·구금 사태가 벌어진 뒤, 통상·노무 쟁점이 한데 얽혔다. 러트닉 장관은 해당 사안에 대해 “백악관의 리더십이 해결에 나설 것”이라며, 공정 진척이 속도를 되찾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산업 정책과 이민·노동 관리가 교차하는 만큼, 현장 리스크 관리가 통상 카드에 미세한 진동을 주는 모양새다.
실제로 메가 프로젝트는 숙련 인력의 단기 투입이 필수적인데, 비자 제도와 노무 규정의 엇박자가 반복되면 공정 차질과 비용 상승으로 직결된다. 한국 기업 입장에선 통상·투자 약속의 신뢰도를 담보할 현지 행정의 예측가능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4. 트럼프식 ‘ABC 원칙’ 구상
러트닉 장관은 차기 정책 방향과 맞물린 구상도 내비쳤다. 미국 내 생산기지를 세우려는 국가들과 개별 합의를 체결하고, 그 과정에서 외국 인력의 단기 입국 → 미국인 훈련 → 본국 복귀로 이어지는, 이른바 ‘ABC’ 모델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공급망을 미국 안으로 더 끌어들이되, 숙련 외국 인력은 한시적·순환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 프레임은 ‘공장을 지을 자유’와 ‘노동시장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시도다. 다만 한국처럼 대규모 장치산업의 초기 셋업을 책임지는 기업들에겐 기술 이전 속도·현지 숙련도 격차가 단기 병목으로 남을 수 있다.
5. 전망과 과제: 창문이 열려 있을 때
한·미는 이미 큰 틀을 맞춰 두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시간·문구·신뢰다. 투자 기금의 거버넌스, 관세 인하의 적용 범위와 단계, 현장 인력의 합법적 운용 루트—이 세 가지가 정리되면,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은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 반대로 타이밍을 놓치면, 관세 리스크의 불확실성 비용이 서서히 쌓일 전망이다.
무역은 장기전이다. 다만 지금은 단거리 질주가 필요한 구간이다. 서명이냐, 부담이냐—러트닉의 메시지는 단호했지만, 그 이면에는 협상의 창을 닫지 않겠다는 신호도 담겨 있다. 창문이 열려 있을 때 결정을 내리는 쪽이 결국 비용을 덜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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