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중 기적은 없었다: 인천공항 기내 출산 비극 – 인천공항, 기내 출산, 신생아 사망

비행 중 기적은 없었다: 착륙 직전 기내 출산, 안타까운 신생아 사망
1. 새벽의 비상(非常) 분만
햇살이 채 퍼지지 않은 1일 오전 6시 21분, 클라크필드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인천공항 활주로에 고요히 내려앉았다. 착륙 안내방송이 끝나기도 전, 뒷쪽 좌석에서 긴박한 호출음이 터져 나왔다. 삼십 대 필리핀 승객이 진통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순식간에 객실은 임시 분만실로 변했다. 승무원들은 산소 마스크와 의료 키트를 꺼내 들고, 인근 좌석 승객들에게 공간을 확보해 달라며 서둘러 움직였다.
곧이어 남자아이가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지만,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탯줄이 잘린 직후에도 호흡이 포착되지 않자, 객실 승무원과 간호사 경험이 있다는 승객 한 명이 번갈아가며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아이의 작은 가슴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기체가 게이트에 접현하자마자 공항 구조대가 탑승해 아이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의료진은 오전 6시 44분쯤 사망을 확인했다. 아이를 품에 안고 있던 산모는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했고, 남편과 시어머니, 첫째 딸은 허탈한 눈빛으로 구급차를 지켜볼 뿐이었다.
2. 조사 쟁점과 안전 과제
공항경찰단은 산모의 임신 주수, 기존 질환 여부, 항공사가 요구하는 ‘의사 진단서 제출 규정’ 준수 여부 등을 중심으로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항공사 측은 “승무원들은 매뉴얼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지만, 긴급 장비의 적정성·탑재 위치·교육 수준에 대한 재점검 필요성이 제기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통상 임신 36주 이후 탑승 제한이 권고되지만, 환승 일정이 복잡한 장거리 노선에서는 관리가 느슨해지기 쉽다”며 “임산부 자가진단서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항공사·공항·보건당국이 공동으로 확인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감정적인 충격에 머물지 않고, 국제선 임산부 탑승 가이드라인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한편 주한 필리핀 대사관은 유가족에게 통역·장례 절차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며, 경찰은 객실 CCTV와 승무원 진술을 토대로 업무상 과실 여부를 가려낼 방침이다. 짧은 비행 도중에도 생사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 이번 사건은, 승객 안전망의 빈틈을 어떻게 메울지 한국 항공업계에 숙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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